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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삶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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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펼쳐지는 흰 국화의 화환들, 그리고 그윽한 향내를 뒤로 한 할머니의 영정사진. 실감은 났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그냥 머릿속이 멍할 뿐이었다. 그곳에서 지내던 이틀동안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았다. 속이 상하다거나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 적막함에 숙연해질뿐이었다. 외로우셨구나, 정말 외로우셨겠구나. 가슴을 치고 후회를 해봐도 어쩔 도리는 없다. 수많은 기도와 축복, 아름답게 장식된 화환은 돌아가시기 전 병환으로 힘들어하실 때 옆에서 손 한번 못 잡아드린데에 대한 보상이 절대로 될 수 없다. 그래서 한참을 죄송스러움에 더 힘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에덴동산에 할머님을 모시면서 터져나오던 눈물이 그 후회의 결정이었는지도 모른다. - 2008. 9. 27. 할머니, 죄..
오늘은 밤 공기가 참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어디론가 바삐 사라져갑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바삐 사라져갑니다. 그래서 더욱 이 차가운 밤이 가슴에 사무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창 밖으로 멀어지는 어둠에 한숨을 한 번 내쉬어 봅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깔깔대는 학생 녀석들과 그 소리에도 아랑곳 없이 꾸벅꾸벅 졸고 계시는 아저씨와 전화기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아가씨와 서로 바짝 붙어서 쌩긋쌩긋 웃는 연인들과 그들을 보며 한쪽 눈을 찡그리는 할아버지와 차갑고 어두운 차창 밖을 마주한 이 작은 세상 속. 가슴 속을 울려퍼지는 작은 이어폰의 속삭임은 지친 나의 하루를 달래어주는 듯 따스하게 녹아내립니다. 차가운 밤 공기 속에도 쓸쓸히 혼자 걷는 이 거리..
답답... 삶이 결코 쉽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지만 끊임없이 나는 돌파하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 것. 단지, 잠시 피하고 싶었을 뿐. 그렇게 아주 잠깐 만사를 제쳐두고 지금이라는 흐름을 만끽하려 했을 뿐. 그냥 그렇다는 것.
최근들어 몸이 더 말이 아닌 듯 하다. 그래도 학교 다니면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보냈던 공허의 시간이 내게 적지 않게 마이너스였음을 적지 않게 느끼게 되나보다. 뭐, 그렇다고 해도 그 때를 후회한 적은 없다. 적어도 그 동안 고생했기 때문이라는 적당한 핑계를 등 뒤에 싣고 다른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고 게임에만 매달릴 수 있었으니깐.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내 몸이 많이 약해졌음을 느낀다. 잠도 모자라고, 휴식과 여가생활에 대한 갈망이랄까. 그래서 이 쪽에서 공부를 시작한 이후에는 여태껏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게임도 완전히 접어두지 않고 가끔씩은 하곤 하지만 지난주부터는 정말인지 아무것도 못하고 이 쪽에만 매달리다보니 심신이 많이 지치고 짜증도 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