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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일기 (12)
som2day.com
내게는 특별함이 많았던 10년 전쯤의 그 날짜. 2002년 6월 24일. 내게 찾아왔던 첫 번째 사랑. 물론 첫사랑은 아니었지만. 첫사랑. 중학교 1학년 때 국어 교생으로 부임 받아오셨던 눈이 크고 반짝거렸던 선생님. 뭐, 그 나이에야 그냥 좋아하던 그 마음으로 끝이었지만 그 선생님 덕분에 문학 쪽에 관심이 커졌었다. 이 후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쭉- 국어, 문학 선생님들과는 참 친하게 잘 지냈었지. 뜬금없이 첫사랑을 생각하니 웃긴다. 하여간 그 때 만나던 그 사람도 지난 겨울에 아주 우연히 만났었지만 정말 많이도 늙었더라. 물론, 당연한 얘기겠지만 못 알아봤었다. 그립지도 않았고 아련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 생각 뿐이었다. 정말 많이도 늙었구나. 2003년 6월 24일. 이듬해 같은 날짜에 군에 ..
실은 말야, 나도 알고 있었어. 지난 수년간을 무의미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어. 매일을 이렇게 보낸다는건- 그 사실을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모양새가 확 티가 날 리는 없었지만 나는 조금씩이나마 나에게 변화를 주고 있었어. 주말이면 눈 아래가 거뭇거뭇하게 물들어가던 지난 생활을 접었고 그로 인해 명랑하고 밝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지. 아직 누군지도 모르는 네가 없는 이 시간이 무의미하다며 수없이 되뇌어봤지만 당장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세상은 아니었기도 했거든. 짧막짧막 지나가는 이 찰나조차도 무의미하게 보낸다는 것이 싫었던걸까. 난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매 순간을 보내기로 했어. 지금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기 위해서 하고 있..
"이대로 두면 언젠가 쓸 일이 있지 않을까" 당장 쓸모가 없더라도 그런 이유로 항상 간직하게 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인지 책상 서랍 속, 옷장에는 오랜 물건들로 가득하다. 학창시절 모양이 예뻐서 사두고는 아끼고 아껴오다 한번 펼쳐보고 책꽂이에 꽂아둔 채 10여년이 되어버린 새 노트. 고3이 되어 늦은 시간까지 자율학습을 하게 되어 연락을 편히 하자며 부모님이 처음 사주셨던 구닥다리 휴대폰. 이렇게 存在라는 것은 볼 수 있고, 만져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데에 대한 사유. 심지어 서랍을 통째로 꺼내어 탁탁 털어야만 나오는 작은 단추 하나에도 코멘트는 따라붙는다. 그 코멘트는 추억이라는 다른 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다. 현실을 살아가다 오랜 서랍 귀퉁이의 물건들을 손에 다시 쥐며 희노애락이 교차하던 지난 ..
처음엔 어지간한 책보다도 상세하고 친절한 웹 상의 매뉴얼을 긁어올 목적이었다. 또, 주변 사람들이 다 하고 있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보여서. 그렇게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 항상 [펌], [퍼옴], [스크랩]으로 일관하던 포스팅에도 변화가 왔다. 스스로 시도해 본 분야에 대해 정리를 해본 적도 있다. 내 슬롯에 새로 추가한 아이템에 대한 자랑질을 해보기도 했고, 갑작스레 꽂힌 노래를 포스팅하고 싶어 유튜브 동영상을 실어 나르기도 한다. 도대체 이 블로그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걸까. 중고등학생 시절 하물며 노트도 분류와 그에 맞는 타이틀이 있었다. 빨간색 노트는 수학, 노란색 노트는 영어, 보라색 노트는 국사… 이 블로그는 하루하루 낙서만 채워..
무얼 그렇게 바라고 있는건데. 잘 알잖아, 결심도 했잖아. 그토록 스스로 위로하고 자신감에 가득할 때는 언제고 한 순간 꼬이면 이렇게 힘겨워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거니. 절대 힘들어하지마, 힘들다고 얘기하지마. 전혀 그립지도 않잖아. 그런 사람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 그런 사람이나마 있었으면 하는 생각, 단 한번도 해본적 없으니깐. 그냥 심플하게 지금을 살아보자. 지금 내리는 이 비가 그치고 잿빛 구름이 걷히면, 새파란 하늘 속 타오르는 태양에 뜨겁다며 투정 부릴거잖아. 너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이야. 절대로 완벽할 수 없는데 왜 자꾸 그 쪽으로 걸어가려고 하는건데. 여태껏 힘들어도 애써가며 잘 해왔잖아. 너는 나고 나는 너니깐, 나는 널 믿어. 비가 내리면 아름답게 이슬로 젖어든 세상을 노래해봐.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