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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念] 9月

如月華 2012. 9. 3. 14:48

9월이다. 남은 달력도 이젠 겨우 넉 장 뿐이다.


바로 요 전에 새해를 맞이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무더운 계절을 다 지내고

곧 땅이 다시 식어가려 하는가 보다.


얼마 전까지 날씨가 많이 좋지 못했다.

비를 몰고 다니던 거센 바람이 이 땅을 훑고 지난 길을

유독 더위에 힘겹던 지난 여름 밤이 뒤따랐던 것일까.

아침 저녁으로 어느새 선선해진 공기가

사뭇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하게 한다.


오랜 시간을 - 무려 한 해의 3분의 1이나 되었다.

- 의미 없는 공백의 시간으로 보내버렸다.


나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미래를 그렸다고는 하지만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지난 여름의 생활이

어찌 나라고 해서 아쉽지 않았겠는가.


다만 서른을 넘겨버린 나이임에도 뜻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철부지인 나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은

질책보다는 격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저 나를 위해 둘러댔던 적당한 핑계거리였음을,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모른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나 하나쯤은 뼈 저리게 알고 있다.


그래도 따가운 여름 햇살이 채 가시지 않았던 요즘,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과

오랜 시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능력이

아직까지 내게 남아있다고 느끼며

축 쳐진 나에게 자신감의 씨앗을 다시 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한 뒤로는 또 다른 고민에 휩싸여 버렸다.

인간사가 늘 그렇게 매 상황을 생각과 고민할 수 밖에 없도록 한다는 사실을,

서른 해가 웃도는 지난 시간 속에서 배워왔기 때문에.

그래도 이제는 고민과 생각으로 인해 깊은 수렁으로 향하는 나 자신을

전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붙들어 둘 수 있는 능력은 생겼다.


새로운 환경과 함께 맞이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과제들.


그저 난 겁이 나는 것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새 환경 속에서 만들어 가야만 하는 나의 모습,

살아오며 느껴왔던대로

보다 나아질 나로 만들어야 하기에

부담과 긴장을 할 수 밖에는 없다.

변화와 어색함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자연스럽지 못하더라도

가식과 구분할 수 있는 분명한 점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능의 나를 조금은 억누르며 생활해야 할테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제 갓 나흘을 지내 온

새로운 환경에서의 삶이 벌써 익숙해져 버렸을리가 없다.

세상 사람들 다 똑같이 생각하지만

나 역시 어려운 시간을 하루라도 빨리 떨쳐내고 싶을 뿐이기에

다급하고 조급해지려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과거 비슷한 시기에 서두름으로 나 스스로를 밀어넣고

허물어져 왔던 지난 시간 속의 나를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조급함에 전전긍긍 했음에도

결국 끝에 허물어져 버린 것은 바로 나였다는 것을.


결국 세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내일은 반드시 눈 앞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수 천장의 만화영화의 원화 그림들처럼

조금 전 넘어간 페이지는 과거가 되고

바로 지금의 다음 페이지에 있다고 해도

그 순간은 아차라는 외마디도 없이 다가온다.

그것이 바로 세상의 이치가 아니련가.


너무 앞선 미래나 한참 지나버린 과거의 낱장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현재 이 순간에 끼어들게 되면

우리의 삶이라는 만화영화 한 편은 일그러지기 마련이다.


한 템포 쉬어야 할 시기와

순간만 생각하며 지내야 할 시기는 분명 있다.

지금은 오직 지금만을 생각할 때라고 믿자.


그것만이 나의 지나버린 2012년의 여름의 고민과 생각들을

단지 나 자신을 지키려는 핑계로 남기지 않고

앞으로 더 살아갈 날이 많은 나의 삶 속에서

충분히 빛날 수 있을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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