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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記] 보고 싶은 외할머니께...

如月華 2012. 8. 10. 15:51

이 곳에선 타는 듯 했던 더위가 이제서야 한 풀 꺾이려나 봐요.

물론 그래도 아직은 무더운 여름을 더 지내야 할 것 같지만요.


할머니 계신 그 곳은 어떠세요?

매년 여름 무렵 찾아 뵈었을 때

저희 가족 환하게 맞아주시던 할머니 모습이 스쳐가네요.

거기서는 건강하시죠?


4년 전 쯤 할머니가 지금 계신 그 곳으로 떠나신 이 후

저희 식구들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집도 생겼고요, 그 바람에 잠시 안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어요.

아버지, 어머니 모두 건강하고요,

지은이도 어느새 서른이라는 나이 언저리라서인지

그 무렵할만한 고민들을 끌어안고 살고는 있지만

가족 안에서는 늘 애교스러운 막내로 지내고 있고요.


그러고보니 이렇게 할머니께 편지를 썼던 적이 없었네요.

제가 10년 전 쯤에 군 생활 할 때에도

집에는 종종 편지도 쓰곤 했었는데

왜 할머니께는 편지 드리지 못했었는지...

자주 찾아 뵈었던 것도 아니고

연락을 계속 드렸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 때 그렇게 갑작스레 찾아온 할머니와의 이별이 있고서야

뒤늦은 후회를 하는 이 못난 손주 녀석을 용서해주세요.


그렇게 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지만

뵙고 싶어도 이제는 그럴 수 없음에 마음이 타네요.

그럼에도 늘 제 마음 한 켠에서

힘겹고 고단한 순간을 함께 해주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다행이예요.


한 집의 장남이자 장손으로 태어난 데에다가

숙기도 없고 애교라고는 조금도 없었던터라

어리광도 부려본 적이 없었고 서글서글한 면도 없었어요.

누군가 시켜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는데

가끔씩은 멀리 떠나신 할머니 무릎에 누워

따뜻한 할머니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꿈을 꿔요.


요즘에 저는 이런저런 일들로 힘이 많이 들었어요.

할머니께서 살아오셨던 삶만큼 고단할 수 없겠지만

전 아직 어른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가봐요.

사소한 벽에 부딪히고

제 앞에 펼쳐진 길이 마치 가시밭인 것 마냥

시도 때도 없이 무릎을 꿇고 넘어져 눈물이 흐르네요.


할머니가 이런 저를 일으켜주세요.

찬규는 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세요.

나이 서른이 넘겨버린 징그러운 손주 녀석이지만

요즘에는 늘 할머니만 찾다가 잠이 들어요.

꿈 속에서라도 뵐 수 있다면

지난 시절 어려웠던 어리광이라도 부려볼텐데...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자꾸 눈물이 흐르네요.


이 곳에서 마지막으로 들르셨던 영동에라도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매번 이런저런 핑계들로 가뵙지 못해서 너무 죄송해요.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할머니를 뵙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날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거 사달라 하셨는데

그 약속 이제는 지킬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꼭 기억하고 있을게요.

할머니도, 할머니와의 약속도...


몇 십년의 세월이 더 흘러

언젠가 저 역시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갈 날까지

늘 할머니를 그릴거예요. 보고 싶을거예요.

그 때까지 열심히 살게요.


마음 한 켠에서 늘 힘을 주시는 할머니.

뵐 수 없지만 이렇게나마 할머니께 저희 가족과 제 소식

종종 드려볼게요.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할머니.


- 2012년 8월 10일, 손주 찬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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