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Tags
- 제주도
- Sony
- SONY A7
- 여름휴가
- nex-5n
- 렌즈터보
- 사진
- SEL55F18Z
- NEX-F3
- 봄
- 시
- SEL2870
- 대치동
- nikon 50.8d
- lens turbo
- nikon mf 28-50mm
- 제주
- 넥서스5
- 일기
- 마음의 창
- 꽃
- ILCE-7
- 사랑
- 맛집
- 여행
- 삼양 14mm f2.8
- sel50f18
- 야경
- 소니
- a7
- Today
- Total
som2day.com
사평역에서, 곽재구 본문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뭄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파주 임진강역, 2009년 10월 4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