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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뭄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 태운다고 원망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도 할 수 없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 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할 것입니다. @ 서울 청계천 세계연등축제, 2009년 11월 21일
우리 사랑하자, 사랑할 수 있을때 오직, 한마음 심장으로 닿는 길 단 하나, 미더운 눈빛 건네는 그리움으로 숨 막히는 가슴 떨림으로 그렇게 우리 사랑하자, 사랑할 수 있을때. 세상 마지막인 것처럼 좁은 어깨 맞닿는 자리마다 순수한 꽃잎같은 웃음이 방긋이 피어 너와 나, 완결된 하나가 될 수 있을때까지 우리 사랑하자, 하늘빛이 제 살을 여미고 저 너머 별빛이 가슴 부풀리고 먼 발치, 복숭아빛 고운 그리움들이 나풀댈때까지 아, 우리 사랑하자. 은빛 가슴이 물푸레나무에 걸리고 긴 포옹과 긴 입맞춤 오롯이, 붉은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을때까지 두손 꼬오옥 잡고 우리 사랑하자. 장작불같은 연정, 명치끝에서 울렁일때 부스스 눈부비며 안기어오는 그리움 자박자바, 돌작약향이 어깨를 타고 내려와 온전히, 밤하늘 별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