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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펼쳐지는 흰 국화의 화환들, 그리고 그윽한 향내를 뒤로 한 할머니의 영정사진. 실감은 났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그냥 머릿속이 멍할 뿐이었다. 그곳에서 지내던 이틀동안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았다. 속이 상하다거나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 적막함에 숙연해질뿐이었다. 외로우셨구나, 정말 외로우셨겠구나. 가슴을 치고 후회를 해봐도 어쩔 도리는 없다. 수많은 기도와 축복, 아름답게 장식된 화환은 돌아가시기 전 병환으로 힘들어하실 때 옆에서 손 한번 못 잡아드린데에 대한 보상이 절대로 될 수 없다. 그래서 한참을 죄송스러움에 더 힘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에덴동산에 할머님을 모시면서 터져나오던 눈물이 그 후회의 결정이었는지도 모른다. - 2008. 9. 27. 할머니, 죄..
오늘은 밤 공기가 참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어디론가 바삐 사라져갑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바삐 사라져갑니다. 그래서 더욱 이 차가운 밤이 가슴에 사무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창 밖으로 멀어지는 어둠에 한숨을 한 번 내쉬어 봅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깔깔대는 학생 녀석들과 그 소리에도 아랑곳 없이 꾸벅꾸벅 졸고 계시는 아저씨와 전화기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아가씨와 서로 바짝 붙어서 쌩긋쌩긋 웃는 연인들과 그들을 보며 한쪽 눈을 찡그리는 할아버지와 차갑고 어두운 차창 밖을 마주한 이 작은 세상 속. 가슴 속을 울려퍼지는 작은 이어폰의 속삭임은 지친 나의 하루를 달래어주는 듯 따스하게 녹아내립니다. 차가운 밤 공기 속에도 쓸쓸히 혼자 걷는 이 거리..
답답... 삶이 결코 쉽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지만 끊임없이 나는 돌파하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 것. 단지, 잠시 피하고 싶었을 뿐. 그렇게 아주 잠깐 만사를 제쳐두고 지금이라는 흐름을 만끽하려 했을 뿐. 그냥 그렇다는 것.
우리 사랑하자, 사랑할 수 있을때 오직, 한마음 심장으로 닿는 길 단 하나, 미더운 눈빛 건네는 그리움으로 숨 막히는 가슴 떨림으로 그렇게 우리 사랑하자, 사랑할 수 있을때. 세상 마지막인 것처럼 좁은 어깨 맞닿는 자리마다 순수한 꽃잎같은 웃음이 방긋이 피어 너와 나, 완결된 하나가 될 수 있을때까지 우리 사랑하자, 하늘빛이 제 살을 여미고 저 너머 별빛이 가슴 부풀리고 먼 발치, 복숭아빛 고운 그리움들이 나풀댈때까지 아, 우리 사랑하자. 은빛 가슴이 물푸레나무에 걸리고 긴 포옹과 긴 입맞춤 오롯이, 붉은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을때까지 두손 꼬오옥 잡고 우리 사랑하자. 장작불같은 연정, 명치끝에서 울렁일때 부스스 눈부비며 안기어오는 그리움 자박자바, 돌작약향이 어깨를 타고 내려와 온전히, 밤하늘 별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