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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記] 지금은 그저 지켜볼 뿐

如月華 2012. 10. 29. 13:36

이 땅에 씨앗을 뿌려도 될까.

그에 대한 판단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는지도 모른다.


주변에 물을 댈 만한 곳이 있는지도 보아야 하고

또, 땅이 너무 마르거나 질척이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하며

듬성듬성 나 있는 잡초와 자갈을 골라내고

이 곳에 어떤 씨앗을 뿌릴 것인지도 결정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렇게 씨앗을 뿌렸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물도 주고 퇴비도 주고

해충을 막기 위해서는 약도 쳐 주고

가끔씩 올라오는 이름 없는 잡풀들을 골라내어야 한다.

그들은 얼마 전의 포스팅에서는 소중히 할 대상이었지만서도

내가 짓는 농사에 있어서까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으니깐 말이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겠지만

단순히 씨만 뿌리고 기다리는 것이 한 해 농사가 될 수 없 듯,

우리 살아가는 인생 역시

시작이 반일 수는 있어도 전부가 되지는 않는 까닭이어라.


그런 나의 인생에는

지금까지 어떤 농사를 해오고 있었나.

지금 이 순간, 나는 얼마만큼 왔을까.


그동안 살아오며 이런저런 많은 씨앗을 뿌려왔다.

이미 열매를 맺어 거두었던 적도 있었던데에 반해

어떤 것은 거두기도 전에 말라 죽어버리기도 했다.


그 자리에 다시 다음의 수확을 준비하기도 했으며

척박한 곳이다 판단한 곳은 과감히 떠나

새로운 땅을 개간하고 그 곳에 터를 잡았던 적도 있었다.


이 곳에 이 씨앗을 뿌리는 것은 나의 선택이며

갓 농사를 시작한 땅을 갈아엎는 것 역시 나의 선택이다.


지난 시간 나의 선택에 어떠한 외압도 있었지 아니했다.

성공적으로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자잘한 이유들을 덧대어

여태껏 오래도록 정성을 기울였던 적이 없지는 않았나.


문득 그런 생각들이 스쳐가는 10월의 끝에서

지난 여름의 뜨겁던 태양이 식어가던 무렵부터 일구어 왔던

- 비록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나의 짧은 정성을 되돌아서 바라본다.


역시나 지금은

이 땅이 척박하다던지라는 고민을 할 때는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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