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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念] 변화

如月華 2013. 9. 16. 14:59

연초에는 언제부터인가 한 해의 계획을 그려보곤 하게 된다.


열 한 번 반복되는 월말에 이르러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난 연초의 계획과 다짐을 되새기며 그렇게 나를 이끌어 가곤 했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고 그렇게 말을 한다.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


그럼에도 고집인지 신념인지 모를 나만의 생각들을 꿋꿋하게 지켜가며

인간다움이 사라져만 가고 있는 이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완성된 인간이 되기 위해

매운 마늘 한 줌과 쓰디 쓴 쑥을 꾹꾹 참아가며 먹어가고 있다고 나를 다독이고 있다.


몇 해 동안 그렇게 지내오면서 늘 12월 말에는 만족스러운 삶이었다고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완성도가 2013년에 오면서 서서히 깨어지고 있기에 불안해졌다.


문제는 늘 그랬다.


빈 틈이 없기를 바랬기에 빈 틈이 생기면 그 균열이 전체를 허물어 버린다는 것.


그렇게 끝 없이 추락을 한다.

언젠가는 저 하염없는 끝에서 발을 디디고 다시 솟아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나는 그 끝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스물이 되던 해부터 시작되었던 그 혼란은 아직까지 내 주위를 맴돌고만 있다.

결국, 그 때부터 나는 전혀 성숙하지 못했다는 반증,

그와 같은 생각에 잠식 당하며 결국 또 다다르게 될 끝도 없는 센티함의 늪.


더 이상 이 모든 과정을 반복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은

조금 늦어지기는 했더라도 다행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변화.


개인은 변화를 싫어한다.

혹자는 그 변화라는 것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만 같다.


변화는 그렇게 개인이 원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압에 의해 변화를 겪게 되고 혼란스러워 하다가

결국 스스로 그 변화에 휩쓸린다던가,

혹은 주체적으로 스스로 변화에 앞장서는 쪽을 택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은 어느 쪽에 더 가까웠을까?


- 전자, 설명을 덧 붙일 가치조차 없을만큼.


일 년을 살다보면 그 해의 농사를 망쳐 절망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언젠가 뉴스를 보다가 그로 인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농부의 이야기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사람에겐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한 삶의 변화가 한 없이 두려운 일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일 년이 일생의 전부는 아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그것을 깨닫게 된다.

계획과 다짐은 운명과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세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일 뿐,

결코 사람의 생각처럼 세상이 쉬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지난 달부터 시작된 이 변화의 물결에 휘청거리는 나 자신을 보았다.


꿈을 꿈이라고 말하는 것은 하룻밤 꿈 같이 한꺼번에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일 터.

이제는 어제까지 꾸었던 백일몽에서 깨어날 때.

아쉽고 또 아쉽고, 앞으로 어떤 삶이 내가 걷는 길에 나타날지 모르지만

잠시 생각을 멈추고 일단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무엇인가 내 앞을 가로 막는다 하더라도

결코 나의 삶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머무를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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