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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 500 days of Summer, 2009

如月華 2011. 11. 13. 20:52

스포일러 주의!



500일의 썸머,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2010년 초에 개봉했었던 것 같다.
오래도록 본 영화만 무한하게 되돌려보기를 반복하다가 오랜만에 새 영화를 보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본 블로그에는 혼자 끄적이던 시 같이 생긴 뻘글들과
유튜브에서 긁어다 가사만 달아놓은 노래들로만 점점 차오르고 있다.
영화 이야기를 꺼내다가 외람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포스팅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 분위기, 좋다! 


온통 비로 젖어있었던 지난 여름이 다소 늦게 끝난 탓인지 뒤늦게 가을이 찾아왔고
11월도 어느덧 중순을 향해가고 있는데 이제야 제대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듯 하다.
그렇게 조금씩 이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겨울이 오고 있었다.

모 광고에서 '천년에 단 하루!'라며 광고하던 연인들의 축제가 지난주 지나갔다.
올해도 여전히 나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날로 지나갈 줄로만 알았는데,
지난 11일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일과 사귀는 중이더라.

올해는 공구 진행일정이 어찌되시는지…


더군다나 슬슬 돌아오는 성탄과 연말시즌에 대한 두려움(?).
언젠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위 수면제 공동구매 광고가 떠오르는 시기가 가까워오고 있음을 느끼던터라
유독 영화에서 다루었던 사랑과 연애라는 주제에 더 없이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여주인공도 예뻤지만 절대로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다.


톰은 섬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를 만나 헤어지는 500일 간의 기록.
과거에 사랑을 했고 이별을 겪었던 입장에서는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서는 주인공 영호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 때문인지
그가 원하던 과거로 거슬러가며 영화가 흘러간다.

<500일의 썸머>에서는 일정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남자는 지나간 사랑을 잊으려고 애쓰며
때로 옛 사랑 그녀가 좋았던 이유를 싫어하는 듯 치부해버리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녀와 함께한 좋은 순간, 순간들을 떠올리는 듯
오직 그에게만 흐르는 시간 위에 남자의 느낌과 심경의 변화를 화면에 담았던 것은 아닐까 싶다.


만남은 여느 로맨틱 코메디 영화처럼 평범했을까.
오히려 쭈뼛쭈뼛 고백을 못하던 그를 위해 친구가 대신 고백하게 되는 장면.
썸머는 연애에 대해서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긴 했지만
톰에게는 그런 것들이 결코 장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그녀를 인정하면서도 그녀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렇다. 남자는 그런 것 같다.
첫눈에 반한다는 느낌은 얼만큼 있었는지 내 과거는 가물가물하지만
적어도 주변을 보거나 나 역시 심장에 붙은 불은 쉬이 꺼뜨리기 어렵다.


연인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있을 수는 없었지만
그녀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여자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을만큼 예쁜 그녀였기에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누군가의 여자친구로 소유되는 것이 싫다던 그녀의 자유롭던 영혼까지도
양보하며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그 짧았던 시간조차 견디지 못한다.
- 영화였기에 더욱 짧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남자의 말이 그녀의 마음과 그녀를 얻기 위한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사랑하는 여자로 인해 삶이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 뿐이지만
남자는 이렇듯 언제나 다짐과 언약을 스스로 무참히 깨어버리며
가까스로 얻어왔던 여자의 마음을 잃어가는 것 같다.

화를 내던 톰에게 썸머는 먼저 사과를 했고
다시 그들의 애매한 관계를 유지해가는 듯 보였지만
결국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영화 속 시간의 흐름은 그들이 헤어진 명확한 이유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Greeting Cards의 카피를 만드는 일을 했던 그가
그녀와 사랑하며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일에 열정적이었던 모습이
어느샌가 이별 후 매사에 뒤틀린 사람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그와 파국을 맞았던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별에 괴로워하며 메일을 적어보내지만 오히려 덤덤한 그녀가 더욱 미웠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친구가 소개팅을 주선하기도 하지만
피하려 하면 할수록 그는 그녀와 다시 만나고 싶다.


그러던 그에게 우연이 찾아온다.
동료의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열차 안에서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우연은 조금씩 사그러들던 운명이라는 불씨에 다시 불을 붙이게 된다.


여러 날을 떨어져 보냈지만 두 사람은 재회했던 열차에서부터 결혼식 피로연까지
지난 날과 현재를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톰은 썸머의 집에서 열릴 파티에 초대된다.

남자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잘 알고 있었다.
잊으려 마음을 먹었지만 쉽지 않았던 시간 위에서 다시 그녀와의 기적 같았던 재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주저하던 그에게 내밀었던건 그녀의 초대.

돌아가는 열차 안,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쉬고 있고
남자는 이미 확신에 찬 듯 기쁨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그녀의 집에서 열리던 파티였지만
'Reality'는 남자의 'Expectations'과는 동떨어진 듯 보였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본다.
아무도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기는 커녕 거꾸로 흐르는 현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그는 이젠 확실해져버린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별이 확실해진 후에 세상은 온통 잿빛으로 변해버렸다.
감사하게도 일말의 희망도 남겨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편이 머리를 정리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하지만
아마 가슴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수많은 날들이 더 지나야겠지.

그녀가 확실히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다시 만나기 전보다도 더욱 비뚤어져버린 마음.
그런 마음으로는 사랑을 담아 감사 카드를 적는 일을 도저히 할 수 없었겠지.

회사까지 그만 두었지만 마음이 도통 잡히질 않았던 그에게
그의 여동생이 건넨 한 마디에 영화의 시간은 다시 되돌아간다.
그와 그녀의 마지막이 임박했던 그 순간으로…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그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거야.'

오버랩 된 시간 속 두 사람은 이 전에 보여주었던 화면에서와 같은 장소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여자의 표정만이 굳어져 있었다.
그가 여느 때처럼 잡으려 다가가던 손을 피하는 그녀.

이 후 톰의 심경에는 변화가 온다.
한번에 모든 것을 털어낸 듯한 밝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꿈 꾸었던 건축일을 다시 하겠다는 다짐을 한 듯.

그리고 어느 회사 면접이 있던 날, 한 사람과 만나게 된다.


'어텀(Autumn)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되는 사랑과 함께 영화는 다시 1일째를 화면에 알리며 막을 내린다.

여름(Summer)이 지나가면 가을(Autumn)이 온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한참 썸머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보여주었던 미소를
마지막 어텀이라는 여자를 만나며 가까스로 지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사랑에 의한 상처는 오로지 다른 사랑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


결혼 후 다시 만났던 두 사람.

그는 그제서야 여자와 정식으로 작별을 고했다.
가슴 한 켠에 담고 아파해야만 했던 그녀였고
남자친구가 필요없다고 말했으면서도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려 야속했던 그녀였지만
그는 여자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라며 멋지게 안녕을 말했다.
- 그럼에도 결코 편안해 보이지 않았지만.

하지만 톰은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이해할 수 없어 화를 내기도 했던 이유의 주체,
어느새 그녀처럼 이런 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사랑을 믿지 않아.'

감정적인 변화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그토록 소리치며 화를 내던 이유가 되었던 일이었지만
그럴 수 있겠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남자의 상황은 변해있었다.

어쩌면 여자가 남자와 처음 만나던 그 무렵엔
남자가 받았던 상처보다도 더 큰 아픔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여자가 말했던 것은 원칙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던 것은 아닐까.

직접적으로 그런 부분들이 영화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현실이다.
과거라는 현실은 오랜 시간을 지내오며 그 세월만큼 퇴색하기에
그저 한 조각 남겨진 추억일 뿐이지 결코 사실이라고만 단정짓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하지만 지나간 사랑에 얽매이는 스스로를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흔히 '아픔만큼 성숙한다'는 말을 하 듯 그 과정도 역시 사랑의 일부이며
잃어버린 사랑을 그리워하고 아파하기 때문에 감성을 지닌 사람으로 존재하는 이유니깐.

친구가 남자에게 문학 속에 사랑의 아픔을 녹여보라던 대목에서 깊게 공감을 느꼈다.
이별 후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한 단어와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을 쏟아내어 문학은 결코 아니더라도
무작정 앉아서 쉬임없이 글을 써내려가던, 바로 내 모습이 그랬으니까.

깊게 사랑하고 난 뒤에 그만큼 깊게 아파하는 내게 좋은 메시지를 주는 영화였다.
가능한 한 조금은 가벼워져도 괜찮다며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얼만큼 그것이 가능할지는 다음 사랑이 다가온 뒤,
다시 끝이 있어봐야 알 수 있겠지.

좋은 사람이 있다면 절대 잡은 손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은 법.
설사 두 손 놓친 뒤에 또 아파하더라도
그만큼 사랑이 깊었기에 아프다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내 마지막 사랑도 어언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다소 긴 시간이라 느껴지는 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유독 내게는 그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지는 것을 외면하기 힘들다.

연애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보고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생각 때문인지
더욱 사랑을 하고 싶은 느낌에 다가선 듯 하다.

2011년, 여름이 있어야 할 시기에 길었던 우기가 있었고
가을이 있어야 할 시기에는 때늦은 더위에 쫓겨 혼쭐이 났다.
그럼에도 가을은 왔고 늦게 찾아온만큼
여느 가을보다도 진한 가을향기를 내며 저물어가고 있다.

이제서야 뺨에 닿는 선선함이 쌀쌀함으로 바뀌어간다.
겨울도 느지막하게 천천히 다가오는 듯 싶다.

그 겨울과 함께 내 사랑도
서서히 다가오기를 조용히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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