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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記] 추억

如月華 2010. 7. 23. 12:04

2007-12-24 종로 루미나리에



"이대로 두면 언젠가 쓸 일이 있지 않을까"

당장 쓸모가 없더라도 그런 이유로 항상 간직하게 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인지 책상 서랍 속, 옷장에는 오랜 물건들로 가득하다.

학창시절 모양이 예뻐서 사두고는 아끼고 아껴오다
한번 펼쳐보고 책꽂이에 꽂아둔 채 10여년이 되어버린 새 노트.
고3이 되어 늦은 시간까지 자율학습을 하게 되어
연락을 편히 하자며 부모님이 처음 사주셨던 구닥다리 휴대폰.

이렇게 存在라는 것은 볼 수 있고, 만져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데에 대한 사유.

심지어 서랍을 통째로 꺼내어 탁탁 털어야만 나오는
작은 단추 하나에도 코멘트는 따라붙는다.

2009-10-04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그 코멘트는 추억이라는 다른 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다.
현실을 살아가다 오랜 서랍 귀퉁이의 물건들을 손에 다시 쥐며
희노애락이 교차하던 지난 날을 떠올리곤 하게 한다.

지난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지만
하찮다면 하찮다고 여길 수 있을만한 작은 존재들에게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지난 시간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미래는 무의미한 순간 순간에도 끊임없이 현실이 되어 찾아오고
그것은 찰나에 과거가 되어 지나버린다.

흙이 되는 그 순간까지 평생을 미묘한 시간선 상에서
끊임없이 추억을 만들고, 다시 떠올리며 살아가게 된다.
그 속에서 추억을 형상화 한 작은 것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이기적인 나를 위하는 말들로 쉴드를 두르고
간직할 필요가 있는 추억들만을 남겨둔 채
하루하루 하나씩
해가 되는, 될지도 모르는 기억의 단편을
영구적으로 메모리에서 해산시킨다.

한 때는 소중했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남남이 되어버린 지난 사랑 그녀가
밤새 정성스레 한 글자씩 적어내린 편지.

만나기 시작한지 400일을 기억하려 찾았던
새파란 바닷가에서 찍었던
행복하게 웃고 있는 나와 너의 사진.

지우고 버리고 눈물로 씻어내어도
결코 기억 속에 담긴 것들까지 지워 버릴 수는 없더라.

2005-06-24 강릉 경포대



비가 내리거나
늦은 새벽녘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잡념에 근접한 추억들이 떠올라
감상에 온 몸을 파묻어 버리더라.

이런 잡 생각이 머무르는 이 찰나에도,
한 글자씩 새겨가는 이 사나운 문장들을
그의 증표로 남겨둔다.

언젠간 이 속에서 지금을 회상할 수 있는 인덱스처럼.

2009-08-13 동경 디즈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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