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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話] 직원들 다그치면 절대 안 되는 이유 본문
12. December 2012, 18:16:22 KST
By RACHEL EMMA SILVERMAN
이 기사를 다 읽으려면 아마도 몇 분은 걸릴 것이다. 기사를 읽다가 도중에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문자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고, 상사가 보낸 이메일을 읽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을 읽는 독자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떠나 오프라인에서도 옆자리 동료의 잡담을 하고 자신의 자리까지 찾아와 질문을 던지는 동료와 대화를 나누느라 기사 읽기는 중단될 것이다.
한참 그러고 있다 보면 상사가 나타나서 아까 시킨 일을 아직도 못 끝냈냐고 물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집중이 잘 안 되는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모니터는 늘어나고 관리자들은 녹초가 된 직원들에게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라고 다그치면서, 정신은 산만해지고 업무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직원들이 인터넷에서 딴 짓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한다고 툴툴대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절반은 회사 책임이라고 통감하는 업체들도 존재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생산성은 대폭 향상됐다. 하지만 요즘 근무 환경을 보면 집중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사방이 확 트인 사무실 인테리어는 직원들끼리 힘을 모아 일하기에는 좋은 구조이지만 다른 동료들이 대화하는 소리를 어쩔수 없이 들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회의에, 사내 메일까지 물밀 듯이 쌓이니 실제 업무는 아침 일찍 또는 밤 늦게 남는 시간을 쪼개 재빨리 해야만 한다. 소셜미디어에 업데이트된 내용이 없나 자꾸만 궁금해져서 업무는 또다시 방해 받는다.
이베이 학습조직개발팀장 레이시 로버슨은 이 같은 문제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범사회적 현상”이라고 진단 내렸다. 로버슨 팀장은 대다수 회사에서 “업무를 방해하는 요소가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매일 감당해야 할 업무를 처리하기는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가 많다 보니 사무직 근로자들은 3분마다 업무를 방해 받거나 스스로 중단한다고 한다.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디지털 기기에 대해 연구한 글로리아 마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어바인) 정보과학과 교수는 한 번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일을 다시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23분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직원들의 업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사내 이메일을 제한하는 회사도 있다(한 업체는 사내 이메일 교환을 전면적으로 금지시켰다). 직원들이 한 번에 처리할 프로젝트 건수를 줄이는 회사도 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애보트 래보러토리스’ 계열사 ‘애보트 배스큘러’ 부서장인 제이미 제이콥스는 지난해에 직원들이 매일같이 쏟아지는 이메일을 확인하고 수없이 많은 회의에 참석하는 와중에 집중력을 발휘해 업무까지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제이콥스 부서장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위기일 때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회의에 참석해서도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멀티태스킹을 하느라 집중력을 잃는다.
제이콥스 부서장이 내놓은 해결책은 사무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기기를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바로 전화다.
제이콥스 부서장과 생산성 컨설턴트인 다니엘 마코비츠는 직원들이 휴게실에 케이크가 있다는 일상적인 내용부터 신규 설비에 관한 긴급한 이슈에 이르기까지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로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직원들에게 메시지의 중요도와 복잡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휴대전화, 사무실 전화, 이메일 중에 어떤 것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정해줬다. 매우 긴급하고 복잡한 이슈는 전화로 하거나 직접 얼굴을 보고 소통하라고 했다. 반면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문제는 이메일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제 직원들의 전화 사용량은 늘고 사내 이메일 사용량은 줄었다. 또한 어떤 문제가 중요하고 어떤 문제는 덜 중요한지도 명확하게 파악하게 됐다. 제이콥스 부서장은 그래도 고객사나 다른 팀에서 온 이메일은 실시간으로 읽고 응해야 한다는 사실은 잊지 않고 지적했다.
로버슨 팀장은 최근 팀 회의에 디지털기기를 들고 오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방침을 정하니 회의의 효율이 높아졌다.
사무실에서 정신이 산만하다는 사실이 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만은 아니다. 마크 박사는 방해 받는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업무 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틈날 때마다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업무가 방해를 받아도 업무 정확도는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 밖의 연구에서도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처럼 업무 중에 이따금 머리를 식히면 오히려 창의력이 증대되고 근무 중 단조로움도 덜해져서 멍해졌던 정신이 초롱초롱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텔 소프트웨어서비스팀 직원은 1만4,000명이다. 팀원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할애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그래서 관리자들은 올 가을 초부터 직원들이 매주 몇 시간 정도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룹 캘린더와 스프레드쉬트에 일주일에 4시간 가량은 ‘생각할 시간(think time)’으로 정해놨다. 이 시간 동안 직원들은 급한 일이 발생했거나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메일에 답신을 보내거나 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없다.
직원 한 명은 그 시간을 활용해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다른 직원들도 정신없는 일과시간에 하지 못했던 업무에 비로소 몰두할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업체 수십 곳은 업무관리 소프트웨어에서 이메일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고 걸러내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사무직 근로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조직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소프트웨어만 사용한다고 해서 업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파리 외곽에 자리한 글로벌 IT서비스회사 ‘아토스’는 이메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 회사에는 직원 7만4,000명이 일하고 있다.
사내 연구 결과 직원들은 하루 중 두 시간을 이메일을 확인하는 데 쓴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아토스는 사내 이메일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토스는 올 초 직원들에게 외부 고객과는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동료들과는 사내 연락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아토스는 이 실험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티에리 브레통 아토스 CEO는 회사 웹사이트에 올린 ‘이메일 단계적 폐지 방침’에 관한 글에서 쓸데 없는 이메일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은 산업혁명 이후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노력과 흡사하다고 표현했다.
집중력 분산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사무직 근로자뿐만이 아니다.
조지아 주 로빈스 공군기지에서 제 시간에 수리가 끝나는 항공기는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직원들이 이 비행기 수리하다 저 비행기 수리하는 식으로 한 번에 여러 대를 작업하기 때문이다.
공군기지는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 있는 프로젝트 관리 컨설팅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인 ‘리얼라이제이션’에 항공기를 효율적으로 유지보수할 수 있는 방법을 의뢰했다. 컨설팅 업체는 한 번에 작업하는 항공기 대수를 11대에서 6대로 줄이라고 제안했다.
한 번에 작업하는 항공기 대수를 줄이니 제 시간에 수리가 끝나는 경우가 늘었다. 이렇게 작업방식을 바꾼 지 1년이 지나자 배정된 항공기 가운데 97%가 마감시간에 맞춰 수리가 끝났다.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높이 산다. 하지만 로빈스 공군기지 군수지원 부서장인 더그 킨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지 않고 두세 가지만 처리하면 문제 해결 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신없이 바쁜 척 하면서 문제를 숨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Korea (기사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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