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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記] 내 이야기 Scene #2. 학창시절

如月華 2009. 11. 24. 09:49

아직 인생의 반도 살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글로 적어 남겨두는 것도
나름대로는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
그것은 오직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것 같다.
현재 진행 중인 학창시절의 추억은
적어도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토록 삶을 잘못 살아왔던 것일까.

하지만 그 때는 진정 행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시절을 살고 있었던 내 모습, 그 자체로만…

연이어 닥친 가족의 침몰 속에서도
큰 시련없이 학창시절의 생활을 즐겼다.

중학교 때에는 친구들과 한번 놀러갔던 적이 있다.
아마도 이 기억이 내 인생에 있어
부모님 없이 떠난 첫 여행이자 마지막이다.
그 이후로는 혼자서도 제대로 떠나본 적이 없으니깐…

그 때는 친구 삼촌 댁에 갔었던 것 같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분명 그랬을 것이다.
집 안에서 자도 되는데 굳이 텐트를 치고
그 속에서 쪼그리고 잠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하천이 불어날 정도로 쏟아진 밤 사이의 비로
우리는 새벽에 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부모님과 함께 했던 여행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가족간의 융화가 지금보다는 잘 되었던 것 같다.

강릉 경포대를 거쳐 오죽헌을 갔었던 1995년의 여름,
경주의 감포를 거쳐 신라 천년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했던 1996년의 여름,
인적이 드문 한적한 바다로 훌쩍 떠났던 1997년의 여름.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한 것만 같다.

올해 여름에는 한번쯤 나가보고 싶었는데
여러 사정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다.
혼자서라도 한번 다녀왔어야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린 나의 눈에도 우리 집의 형편은
점차 악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가 있었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시작했던 비디오 가게는 곧 문을 닫았고,
어머니께서는 제빵기능시험을 준비하셨지만 잘 되지 않았다.
자격없이 무허가로 열었던 그 가게는
당시 구청의 공무원들조차도 우리의 딱한 사정을 알고는
고맙게도 이해하고 넘겨주던 IMF 한파 속의 따스함도 느꼈던 그 시절.

누군지 정확히 의심가는 곳이 있지만
슈퍼마켓들이 빵가게로 인해 줄어든 매출에 속이 상했나보다.
신고로 인해 우리 빵 가게는 채 1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고
상황 역시 점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세상에 화도 났고 그 사람들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리 세상이 험해도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동네가 싫고 미워지기 시작한 계기이자 계기였던 것 같다.
이 후 어른들에게도 여러번 불손한 행동을 한 적도 있고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하고 나만의 방식대로 그 분풀이를 해대고 있었다.
이미 이웃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았고 그들은 온통 가식덩어리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물론 가끔 할머님, 할아버님을 뵈러 그 곳에 가더라도
인사까지 잘 하지는 않지만 대충 무시하는 편이다.
또, 이미 얼굴을 알던 사람들도 거의 없다.

그렇게 좋지 못한 사정과 순탄하지 못했던 길.
가시덤불을 걷는 듯한 나의 학창시절의 가족사.

힘겨웠던 그 시절 아버지께서는 후배의 사무실에 나가시게 되었고
어머니는 도색공장에 취직을 하시게 되었다.
석연치는 않았지만 어떤 다른 방법은 찾을 수 없었다.

차마 말하기조차 부끄럽지만
이어서 찾아온 불행…
작은 집 식구들이 흩어지고 돈 문제에 연류가 되었다.

결국 식구의 수는 늘어버렸고
부모님은 부양할 가족만 더 끌어안게 되어버리셨다.

하늘이, 하늘이,
진정으로 원망스럽기도 하지…

점점 나락으로만 떨어져가는 안타까운 사정 속에서도
가족이 참 꿋꿋이 살았던 것 같다.
비록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었지만서도
적어도 부모님께서 힘드시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결국에는…
그토록 평생 원하시던 당신들 앞으로 된
집 한 채를 장만 못하시고
저리 세월에 늙어가실 뿐…

그래..

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가서
내가 성공해야만 할 것 같다.

다소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 정도까지 철이 드는데에도
나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때는 2000년도 9월 남짓…

원하시던 서울 안에 있는 이름 있는 대학은 아니었는데
그렇게도 기뻐하시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할머님, 할아버님, 부모님…
하나 밖에 없는 내 동생까지도…

갑자기 수능시험을 보던 그 날이 생각난다.
아마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든든하게 내 뒤에 있던 가족.

물론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이번에 잘 안되면 다시 도전하자는 자세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내가 넘어야 할 산을
한 걸음씩 내딛어가며 오르고 또 올랐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학교는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은지 오래였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나의 가족…

고생했다며 나를 덥썩 끌어안아주시던 아버지와
거의 울먹이시고 계시던 어머니,
또, 시험 잘 보라며 손수 만든 노트를 쥐어주던 내 동생…

그렇게 나의 학창시절은 저물어가고 있었고
나는 내게 다가올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 준비가 다 되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바보같이 말이다…

- 2007년 9월 5일,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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