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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83년 서울의 변두리, 가리봉에서 태어났다. 언젠가 어머니께 여쭈어봤던 내 태몽은 '호박'이었다고 한다. 주로 여자아이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태몽이라고 우리네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시지만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또한 나는 남자가 아니던가. 풍요롭지도, 아주 가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한 집에서 태어나 나는 그런 환경 속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사실 대를 잇는 이씨집안의 장손과 장남을 한꺼번에 갖고 태어난 나는 유독 할머님, 할아버님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내가 두세살이 되던 때에 광명시 철산동으로 이사를 했다. 적어도 유치원은 그 곳에서 다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기도 하고 앞 집에 살던 누나와 친구 역시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에 더욱 확실히 기억한다. ..
아침부터 모든 걸 한꺼번에 잃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양쪽 어깨를 누르는 삶이 이토록 무거운 줄은 알지 못했다. 담배 한 개피를 물고 독한 술 한 잔을 들이키며 쏟아지는 눈물에 지쳐 잠들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결코 알지 못했다. 결코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고 알았지만 온 몸을 감싸안고 도는 이 차가운 늦가을의 공기는 시린 내 마음까지 파고 들어오고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듯 매일 새로운 과제를 내게 던진다. 힘을 내야지, 힘내야지라며 내 삶 속 처음 찾아온 겨울을 이겨내려 했건만 또 다시 밤이 찾아오면 어제처럼 또 눈물 흘리겠지. 결국에는 내가 만든 나의 수렁에 빠져 세상만 탓하며 못난 사람으로, 못된 사람으로 나는…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햇볕 아래서 오늘을 외롭게 시작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