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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벚꽃 그리고 너, 에피톤 프로젝트 본문
벚꽃이 지고 나서 너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길가에 벚꽃이 내려앉을 그 무렵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끌렸었고
또 그렇게 사랑했었다
비상하지 못한 기억력으로
너의 순서에 없는 역사를 재조합해야 했으며
전화기 속 너의 말들은 오로지 기록하려 했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나간다는 것은
한 줄의 활자를 읽어나가는 것보다 값진 것
너는 너를 너는 나를
그렇게 우리는 서로 알아나가며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때론 싸우고 또다시 화해하며
그게 사랑이라고
나는 믿었었다
벚꽃이 피기 전 너와 헤어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그래서 너의 벚꽃이 피어나면
구경 가자던
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계절은 추운 겨울을 지나
또다시 봄이라는 선물상자를 보내주었다
우리는 봄에 만나
봄에 헤어졌고
너는 나에게
그리움 하나를 얹어 주었다
ㅡ '긴 여행의 시작' 중에서
@ 안앙천, 2014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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