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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3일, 옥천 대성사 본문
첫 느낌
몇 년 전부터 TV에서 여러차례 소개된 적 있는 인연을 찾는 사람들이 모이는 절, 대성사.
옥천에 있는 이 절의 규모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작았다.
그럼에도 여태껏 맺은 인연의 숫자가 8천 쌍 정도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움을 주시는 보살님들은 총 여섯분인데 아무 대가 없이 일을 하고 계시고
엄청나게 많은 회원들에 대한 정보를 전산시스템 없이 수동으로만 관리하신다니…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되는 인연찾기 법회는 이 날도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조금 이른 시간에 찾았기 때문인지 그 때에는 사림이 아주 많다는 느낌은 없었다.
-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할 것을 그 때는 알 수 없었다.
스님의 쓴 소리, '절대 혼자 살지 마라'
무려 빨간색이어서 더욱 무시무시하게 적힌 저 글귀가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가입신청서 작성!
오후가 되면서는 사람이 북적북적 했지만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 게다가 아침방송에서 나와 촬영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서 더욱 번잡했던 것 같다.
정문으로 들어가 왼편 구석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인연찾기 접수처로 들어가면 된다.
보살님께 가입신청서 양식을 받아 작성한 뒤 제출하고 나서 기다리면
간단한 상담 이 후, 지역/연령별로 구분된 파일을 받아 이성의 프로필을 열람할 수 있다.
신청서 앞면에는 나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고, 뒷면에는 원하는 상대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게 되어있다.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 신상에 치명적인 정보는 다행히 요구하고 있지 않았으며,
뒷 면에는 자신의 장단점과 만나고픈 이성상이나 기타 할 말 등에 대해
문장 단위로 작성할 수 있는 란이 있어 다른 점에서 부족한 나를 PR 할 수 있는 항목도 있었다.
다소 아쉬웠던 점 위주로 적어보면,
1. 사진 2장을 지참하도록 하여 신청 시 필수항목이었지만, 예상보다 사진 없이 작성된 프로필들도 있었다.
- 물론 이와 같은 경우에는 상대 이성이 프로필을 열람할 때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2. 상세 기술하도록 되어있다고는 해도 고작 서너 줄 밖에 되지 않는 항목 -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작성되지 않은 프로필은 상당 수 있어 프로필을 작성한 사람의 정성이나 성의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인성이나 심성을 가장 우선 고려한다고 생각했을 때 꽤 중요한 항목이 될 수도 있다.
일생의 짝을 찾는 인륜지대사라고 불리우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3. 방문했을 당시에만 해도 부모님 동반 포함, 50여명의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
봉사를 자처하셨다고는 해도 그 분들의 노고가 칭찬보다 불만과 불평으로 이어지는 점은 너무 아쉬웠다.
- 토요일 저녁 명동 커피숍에는 그나마 진동벨이니 주문 시스템이라도 있겠지만, 목소리 그리고 손과 발이 전부였다.
기왕 좋은 뜻을 품고 평생의 배필을 찾아왔다면 빨리 빨리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이 때만큼은 한 템포 멈추고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인근에서 지루한 대기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었다는 점,
또한, 대기자를 육성으로 부를 수 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리를 멀리 뜰 수 없었다.
딱히 운영상에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대부분 가족 단위로 부모님과 함께 찾은 분들이 많았고
따라서 그 자리에서 즉석만남(?) 등이 성사되기는 조금 힘들다는 느낌도 있었다.
방문예정이시라면 반드시 이 점은 유의해서 실망하시는 일이 없으셨으면 한다!
젊은이들은 미팅을 하고 소개팅을 하기도 하며 커플지옥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혼자서는 누구나 외롭다고 말한다.
또한, 흔히 접하는 대중매체의 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등을 보면 짝짓기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 때 그 때, 당시의 트렌드에 맞추어 조금씩 그 형태만 변화해오고는 있지만
이는 인연을 찾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음을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언제 내 앞에 나타나게 될 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나의 짝을 찾는 일에
우연이든 운명이든 찾아오게 될 기회를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젠 주체적으로 변화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외로운 사람들은 움직이고,
직접 그 우연과 운명을 찾아 오늘도 한 줄기 희망만을 품은 채 외롭게 살아간다.
인연
결혼을 경험한 어떤 이들은 가능하다면 혼자서 살라며 말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이 말하는,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낫다'는 말에 나는 더욱 마음이 쏠린다.
얼마 전 모 블로그를 통해 접한 우연히 다가온 인연이 평생이 된다는 글귀가 계속 가슴을 맴돈다.
그 우연이 언제쯤 다가오게 될 지 모르기에 답답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오랜 기다림이 그 사람을 더욱 소중하게 할 수 있어 왔기에 이 시간들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돌아오며…
깊어가는 가을의 하늘의 푸르름 속에 조금씩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는 지금은 어느덧 10월의 중순 초입,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자락에 따뜻한 연말을 조금씩 준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우연을 기다리는 사람이든 혹은 적극적으로 찾아나선 사람들이든
곧 다가올 차가운 계절에 모두가 마음 따뜻하고 행복하기를,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 각자 운명의 실자락 끝에 서로 묶여있는 누군가를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반드시 찾을 수 있기를 발원하며 대성사를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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